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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인사말

6대 회장 윤여각

제가 한국교육인류학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영찬 선생님의 교육인류학 과목을 수강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수많은 이론과 주장에 거의 파묻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학문으로 교육인류학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서 교육과 관련된 삶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에 대해 관찰하고 경청하면서 이해하려고 하는 학문이 교육인류학이었습니다. 당시 수많은 이론과 주장이 저에게는 시끄러운 소리로 들렸습니다. 거기에 소리 하나를 더 보태지 않고 ‘모모’처럼 듣는 것을 중시하는 교육인류학이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 왔습니다.

김영찬 선생님께서는 자상하게 저를 교육인류학의 세계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저는 가까이서 선생님을 모시면서 다른 사람들의 교육과 관련된 삶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시고, 그 이상으로 그 이해한 바를 다른 사람들에게 글로 전하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과 일에서도 선생님의 주장을 앞세우지 않으시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중지를 모아가시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일이지만 근본적인 일을 소중하게 다루시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러한 모습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귀감이 되었습니다. 연령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선생님을 존경하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 저도 선생님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교육인류학과 김영찬 선생님의 삶은 거의 분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겹쳐져 있었습니다. 사실,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겨우 교육인류학에 대해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교육과 문화는 서로 얽혀 있습니다. 교육과 문화의 관계는 문화에서 교육의 방향으로 볼 수도 있고, 교육에서 문화의 방향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전자에서 문화가 중심이 되고, 후자에서 교육이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방향이 다르니까 다른 모습이 나타나야 할 것입니다. 전자가 인류학에서 취하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교육학에서 취하는 방식일 텐데 교육학도로서 내가 인류학도와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면서 다르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하는 것이 당시의 고민거리였습니다.

교육인류학의 정체성과 교육인류학의 학문적 과제는 아직도 제가 고민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조용환 선생님께서 먼저 고민하고 계시고, 잠정적인 대답을 내놓으셔서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조용환 선생님께서는 교육에서 문화의 방향으로 교육과 문화의 관계를 보면서 교육의 본질적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교육의 본질적 특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을 한국교육인류학회에 초대하셨습니다. 초대와 제2대 회장을 맡으신 조용환 선생님에 이어 제3대 회장을 맡으신 조영달 선생님, 제4대 회장을 맡으신 유혜령 선생님, 그리고 제5대 회장을 맡으신 이정선 선생님께서는 한국교육인류학회의 열린 소통 방식을 전통으로 정착시켜 오셨습니다. 특히 제4대 회장을 맡으신 유혜령 선생님께서는 학회지의 공식적 지명도를 높이는 데도 수고를 많이 하셨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에 회원들의 후원이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한국교육인류학회는 두 분씩 발표하는 월례회 모임을 계속하고 있고, 연말에는 특강의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회와 마찬가지로 하계 워크숍과 추계 학술대회도 개최하고 있고, 학술지와 소직지도 발간하고 있습니다. 어느 것이든 학문적 소통을 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참석하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한국교육인류학회를 아는 모든 분들께서 회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나가는 학회의 모습을 좋게 보아주고 계십니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이 모습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회가 해 온 일들을 그대로 하는 것입니다.

고 김영찬 선생님께서 저에게 남겨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학문은 냉철한 머리로 하되 따뜻한 가슴으로도 하라”는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한국교육인류학회는 이 유훈을 전통으로 지켜 온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 유훈에 따라 가슴을 따듯하게 열고 지적인 향연을 벌이고자 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한국교육인류학회 회원들은 언제나 이러한 향연을 준비하고, 그 향연을 함께 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7년 3월 한국교육인류학회 제6대 회장 윤여각(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