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대 회장 서근원
한국교육인류학회 제11대 학회장을 맡게 된 서근원입니다. 한국교육인류학회는 1989년에 "교육인류학교실"로 시작해서, 1994년에 "교육인류학연구회", 그리고 1999년에 한국교육인류학회로 발돋움해왔습니다. 그동안 우리 학회는 여러 회원님들과 전임 학회장님, 그리고 간사님들의 노력 덕분에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우리 학회에는 교육학뿐만 아니라, 각 교과교육, 유아교육, 특수교육, 상담, 심리치료, 사회복지, 체육학, 문화인류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회원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회원들은 문화기술지, 현상학, 생애사, 내러티브 탐구, 근거이론, 사례연구, 실행연구 등의 다양한 연구 방법들을 적용하여 각 분야의 교육과 관련된 현상들을 연구해왔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한국교육인류학회는 교육학의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질적연구 방법들을 포괄하는 커다란 우산과 같은 학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1989년에 교육학 가운데 교육인류학을 전공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교육인류학 교실"을 운영하던 때에 비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비약적인 발전입니다.
그런데 우리 학회는 이러한 발전과는 별도로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우리 학회의 회원 여러분들이 다양한 질적연구 방법들을 적용하여 다양한 분야를 연구함으로써 빚어놓은 많은 구슬들이 하나의 실에 꿰어져서 보배가 되도록 하는 일입니다.
모든 학회에는 그 학회의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대상이 있습니다. 그 탐구 대상은 회원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과, 그것의 토대가 되는 이론이나 개념에 의해서 규정됩니다. 그와 함께 학회의 구성원들은 그 이론이나 개념에 의해서 규정된 대상을 탐구하는 데 적합한 연구 방법을 공유합니다.
우리 학회는 교육을 연구합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유치원, 특수학급, 학원 등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도 연구합니다. 상담, 심리치료, 복지 등과 같이 교육과 무관해 보이는 장면의 교육도 연구합니다. 더 나아가서 봉사 활동, 여가 활동, 직업 현장, 가정 생활과 같은 일상의 다양한 장면에 숨겨져 있는 교육도 연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이 문화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장면의 다양한 유형의 교육을 연구하려다 보니 다양한 종류의 질적연구 방법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장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연구하고, 때로는 교육과 무관해 보이는 장면조차도 교육으로 파악해서 볼 수 있고, 그것을 연구하는 데 적합한 연구 방법을 모색하여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들을 관통하여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교육의 개념입니다. 우리가 교육의 개념을 명료하게 가질 때, 인간의 다양한 삶의 장면들을 교육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것을 연구하는 적합한 연구 방법을 모색하여 실천할 수 있습니다. 즉 다양한 구슬들을 꿰어서 보배가 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학회에서는 우리가 다양한 질적연구 방법들을 동원해서 탐구하고자 하는 교육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옅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교육을 왜 탐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점점 더 뒷방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은 최근 들어서 우리 학회의 주변에 질적연구학회, 질적탐구학회, 내러티브교육학회 등이 생겨나고, 그러한 맥락 속에서 우리 학회도 질적연구 방법을 탐구하는 학회 가운데 하나로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한국교육인류학회'(The Korean Society for the Study of Anthropology of Education)는 단순히 질적연구 방법만을 탐구하는 학회가 아닙니다. 교육을 탐구하고, 그것이 문화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탐구하고, 그러한 탐구의 결과를 토대로 우리 교육 현실을 개선해가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학회입니다. 우리가 그러한 학회의 모습을 분명히 할 때 회원님이 땀흘려 빚은 구슬 하나하나가 보배로서 더욱 밝게 빛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이유에서 우리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그동안 미뤄두었던 과제를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해결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회장 재임 기간 동안 우리 교육인류학회의 월례발표회, 워크숍, 학술대회, 그리고 학술지 발간 등의 여러 활동들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갈 수 있도록 그 토대를 마련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 일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일은 회원님의 참여와 조언과 질책이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고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저 역시 아직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회원님께서 위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논의하는 동안 시나브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만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회원님의 관심과 노력에 의해서 우리 학회가 우리의 교육 이론과 현실을 새롭게 개척하고 구축하는 산실이 되어가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학회가 회원님의 행복한 공부방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17년 1월 한국교육인류학회장 서근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