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회장인사말

12대 회장 염지숙

20여 년 전 한국 땅에 불시착한 저에게 가장 먼저 반갑게 품을 내어준 곳이 바로 한국교육인류학회입니다. 그 당시 제가 느꼈던 환영과 관심, 배려의 온기는 아직도 제 가슴을 따듯하게 데우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소탈한 따사로움은 앞서 걷는 자들의 고독을 서로 알아보고 어깨를 걸던 동지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새끼 오리가 처음 만난 생명체를 어미로 기억하듯, 저는 그 후로 우리학회에 처음 오시는 분들을 맞이하는 자세는 모름지기 그러해야만 한다고 종교처럼 믿고 있습니다. 이런 빛바랜 기억들이 제가 학회에 계속 애정을 갖게 된 큰 이유이겠지요. 연구자들이 모인 학회이기에, 개개인의 학문적 역량을 증진시키는 일은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으리라 싶습니다. 그러나 학회도 사람들의 모임인지라 구성원들 간의 신뢰, 우정, 배려 등이 더욱 중요한 일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우리는 교육현상을 문화와 관련지어 연구하고, 인간의 경험을 질적 접근을 통해 이해하고자 모였는데 말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는 우리 학회의 ‘참여관찰자’들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허물없이 속을 내보이며 나누는 정담들을 알차게 기록해둔다면 21세기 한국교육인류학 연구자들의 민속지가 되기도 하겠지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들은 우리의 길을 묵묵히, 그렇지만 재미나게 걷기도 하고, 뛰어가기도 할 것입니다. 그 길을 같이 걷겠노라 오시는 모든 분들을 환영할 것입니다. 그러니 뜻이 있는 분들은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어디서든 벗들이 모여들 테니까요.

<교육인류학연구회>로 활동하던 학술모임이 1999년 <한국교육인류학회>라는 열린 이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된 다음부터 우리학회는 우리나라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교육인류학과 질적 연구 분야를 알리고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데 혼신을 기울여 왔습니다. 전임회장님들의 노고와 열정, 회원님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바로 우리 학회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온 거름이었습니다. 그저 머리 숙여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제게 맡겨주신 기간 동안 저는 우리들의 학술모임을 태동시킨 그 설레임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교육인류학과 질적 연구가 어떤 학문적인 모습으로 발전할지 그 공헌에 관한 실질적인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우리 학회가 늘 그래왔듯이 중추를 담당하는 분들이 지금의 연구들을 더욱 다져나갈 수 있도록 돕고, 새로운 연구자들이 던지는 참신한 문제들로 늘 풍성한 학문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모임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이 소통할 수 있는 학회 워크숍과 학술대회가 더욱 격의 없고 자유로운 대화의 장으로 거듭나도록 애써 보겠습니다. 또한 우리학회 특유의 전통을 만들어온 연말 초청강연이 더욱 다채로와질 수 있도록 많은 의견,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회원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하시어 학회의 잔치들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교육인류학과 질적 연구의 발전을 열어온 한국교육인류학회를 얼마나 제대로 살필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지금껏 우리를 이끌었던 서로에 대한 학문적인 신뢰와 우애, 또한 교육인류학을 통해 성찰하게 된 ‘인간다움’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면 어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

이 모든 잔치를 준비하는 일들은 학회 여러분들의 관심과 협조로 이루어집니다. 그 동안 애쓰신 모든 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저와 함께 실무를 챙기실 분들이 조금 더 마음을 쏟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늘 하시던 대로 오셔서 재미있게 공부하고 놀다 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1월 힌국교육인류학회장 염지숙